진이, 지니 - 은행나무
얼마 읽지 않아 후회했다. 판타지라니. 김용의 무협소설도 읽지 않았는데, 판타지라니. 결론적으로 책은 매우 재밌었다. 역시 책은 읽어봐야 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진이다. 바로 읽어도 이진이, 거꾸로 읽어도 이진이, 역삼역, 우영우.
우리나라에서 개와 고양이를 빼고, 아니 합쳐서도 동물의 생태를 기반으로 한 책이 뭐가 있었던가 싶다. <시튼 동물기>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처음인 것 같다. 간혹 늑대개라든가 하는 책은 읽어봤지만, 그건 어떤 사건이나 사유에 관한 것이지 BBC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큐인 것은 아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위해 오랜 기간 공부를 많이 한다고 들었지만,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 게다가 또다른 주인공은 보노보다. 침팬지도 아니고 그냥 흔한 원숭이도 아니고, 보노보다. 하여튼 특별하고 새로운 요소들이 맛있게 버무려진 소설이다.
책은 보통 보편타당성을 활용한 작가 주관적인 사유의 산물이다. 작가보다 더 주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죽음 바로 근처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죽음에 관해 준비조차 되지 않았거나,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죽음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것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그냥 자연이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느끼는 눈이, 마음이 두려움을 보고 느낀다.
누구나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선택하기까지의 갈등인데, 내가 진이였다면 그런 갈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만약 상대가 지니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갈등의 정도는 더 심했을 것이다. 삶은 욕망이기에.
이 책은 참고로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삶과 죽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다. 어쨌든 책은 합리적 이성적 인간적 결말에 이른다. 햔 사람의 선택으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